겨울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오늘,
어느덧 올해도 마지막 한 달 남았음을 실감한다.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뒤덮는 겨울이 되면
오히려 나는 평온함을 느낀다.
추위에 맞서느라 이런저런 변덕과 멜랑콜리가 찾아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내게 겨울보다 치명적인 계절은 가을이다.
'가을 탄다'는 표현처럼 기분과 마음이
시시각각 널뛰기를 하며 청승을 부린다.
어떤 날은 포근한 햇살이 감싸더니 바로 다음 날은 거센 비가 쏟아진다.
스스로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감정의 변화는 설익은 관계를 떨구기도 한다.
올가을 날씨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아직 물들지 못한 낙엽들이 길가에 우수수 떨어졌다.
노란색, 빨간색으로 물들어야 할 은행잎과 단풍잎이
그러지 못한 채 초록색 낙엽으로 잔뜩 떨궈졌다.
올해 10월과 11월에 기후위기로 널뛰듯 변한 기온 탓이다.
본래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잎이 노랗고 빨갛게 물드는 것은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가을철 일조량이 줄어들면 나무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잎 떨구기' 준비 작업에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잎 안에 있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잎은 노란색, 붉은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올해는 평년과 달리
11월 초순까지 따뜻한 기온이 이어지다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맹추위가 찾아들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의 연속이었다.
영양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나무들은
엽록소가 채 분해되기도 전에 급히 초록 잎을 우수수 떨궜다.
극단적인 이상기온으로 곱게 물들지 못한 채 초록색 낙엽이 길가에 수북이 쌓였다.
지금 회사 사무실 창밖에는
겨울을 알리듯 새하얀 눈이 흩날리고 있다.
설레는 마음이 드는 동시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근길 발에 채였던 푸른 낙엽들이 떠오른다.
온탕과 냉탕을 오간 가을 날씨 때문에
차마 노랗고 붉게 변하지 못한 잎들이.
흰 눈과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에 소리 소문 없이 잊혀질 위기의 온상이 말이다.
출처-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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